서울 아파트 임대차시장에 '월세(반전세·반월세 포함)' 계약이 늘고 있다.
정부가 지난해 7월 말 전세 계약 1회 갱신 의무화, 전셋값 인상률 5% 제한 등 '임대차 3법'을 시행한 뒤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다. 종합부동산세 등 아파트 보유세가 치솟으면서 집주인이 세금 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도 많다. 시장에선 "전세는 없어지고 월세가 늘어나는 이런 흐름이 앞으로 서울 전역으로 확산할 것"으로 전망했다.
◇ 강남 거래 현황
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'래미안대치팰리스'에서는 이달 들어 총 10건의 임대차 계약이 맺어졌다. 이 중에 절반은 월세를 낀 계약이다. 이 단지 전용 84㎡는 지난 3일 보증금 7억5000만원에 월세 330만원의 보증부월세(반전세) 계약을 맺었다. 전용 94㎡는 보증금 8억원에 월세 334만원의 반전세 계약과, 아예 보증금을 크게 낮춘 2억원에 월세 491만원짜리 월세 계약도 체결됐다.
대치동 사거리 인근에 있는 '은마' 전용 84㎡도 이달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75만원짜리 반전세 계약이 체결됐다. 이 면적대는 지난달에도 5억원에 120만원, 4억원에 130만원, 4억원에 170만원 등 여러 반전세 계약이 맺어졌다.
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'래미안퍼스티지' 전용 84㎡도 이달 보증금 10억8000만원에 월세 130만원짜리 반전세가,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‘고덕그라시움’ 전용 84㎡도 보증금 6억원에 90만원 등 반전세는 물론 1억500만원에 147만원, 1억원에 165만원 등 월세 계약이 잇달아 맺어졌다.
◇ 강남 외 지역에서도
이런 흐름은 비단 강남 4구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. 금천구 시흥동에 있는 '남서울힐스테이트' 전용 84㎡는 지난달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50만원짜리 반전세 계약이 체결됐다. 이 단지 전용 59㎡도 보증금 2억원에 50만원, 전용 113㎡에서도 3억원에 150만원 등 반전세로 세입자를 찾았다.
강북구 번동에 있는 '수유역두산위브'에서도 지난 9월 전용 84㎡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40만원짜리 월세 계약이 맺어졌고,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'주공6단지'는 이달 들어 총 4건의 임대차 계약이 있었는데 전용 58㎡는 1억원에 49만원, 전용 37㎡는 1000만원에 60만원 절반은 반전세와 월세로 세입자가 들어왔다.
◇ 월세 거래가 늘어나 이유는?
반전세 등 월세 거래가 늘어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 정부가 시행한 ‘임대차 3법’이 꼽힌다. 정부는 주택 임대차법을 개정하면서 전·월세 계약의 1회 갱신을 의무화하고, 갱신 계약 임대료 인상률은 5% 이내로 묶었다. 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은 급감했다. 전세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으로 세입자들은 기존에 살던 집에서 2년간 추가로 더 살 수 있고, 집주인 입장에선 전세로 세입자를 들이게 되면 최대 4년간 시세대로 전셋값을 받을 수 없게 돼서다.
대치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"4년 동안 전셋값을 마음대로 조정하기 어려운데 전세를 놓으려는 수요가 있겠느냐"며 "물론 목돈이 필요한 집주인들은 전세를 놓겠지만 많은 집주인이 최근에는 월세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"고 했다.
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가 증가한 점도 전세의 월세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. 일부 은퇴자들이 여유 현금이 부족해지자 다달이 월세를 받아 세금을 충당하려 한단 설명이다. 반포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"집값이 많이 오르자 집주인들이 세금고지서를 받아보고 반전세 등을 택하는 경우가 늘었다"고 말했다.
◇ 전세의 월세화는 더 빨라질 것
앞으로 '전세의 월세화'는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. 특히 내년 7월 임대차법 시행 2년 차가 되면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하다.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대출을 조이고 있는 상황에서 전셋값이 더 치솟게 되면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.
강동구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"지금도 세입자들이 반전세를 찾는 경우가 있다"며 "금리가 많이 올라 전셋값이 오른 만큼 대출을 받나 반전세로 돌려 이자를 내나 월 부담하는 금액은 비슷하기 때문"이라고 했다. 그러면서 "집주인들도 전세를 안 놓으려고 하고, 세입자들도 전셋값이 비싸 못 들어온다면 앞으론 월세가 더 많아지지 않겠느냐"고 덧붙였다.
월세 비율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.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전체 임대차 계약 가운데 조금이라도 월세가 낀 계약은 36.51%를 기록했다.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 32.32%였던 월세율은 2019년 28.08%까지 내렸다가 2020년 31.08%로 다시 30%대로 진입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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